[성동마을이야기Vol.1] 미술동호회 '늦바람'을 방문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7-17 14:00
조회
33


미술 동호회 ‘늦바람’을 방문하다.



글/사진 이재옥



“어머, 어서오세요.”


저녁 퇴근 후 모인 늦바람 회원들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맛있는 떡볶이와 순대를 함께 드시며 ‘하하! 호호!’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그동안에 그린 그림들이 벽에 붙어 있는 걸 보니 그림 좋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나도 학창시절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그림을 배우리라. 항상 생각하고 있었기에 거기에 계신 동호회 분들이 마냥 부럽기까지 했다.

 


<늦바람 사무실 풍경>




늦바람을 소개할게요.


오늘 만난 ‘늦바람’ 미술 동호회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정말 순수하게 취미로 그림 그리고 싶어서 만든 모임이다. 1995년도에 만들어져 97년에 성동으로 이사와 23년차 성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은 25명인데 그중 13명 정도가 성동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 늦바람 동호회의 활동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다음 카페에 들어가 ‘늦바람’을 치고 검색하면 된다.

그 분들 중에는 아이들이 어릴 때 동호회 활동을 하다 애들이 성인이 된 후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오시는 분도 계시고 76세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83세 되신 할아버지도 계신다. 그 연세에 그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대단하신지 자녀들이 아버지 작업하시는 방문을 열면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우린 이렇게 활동해요.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은데 미술을 전혀 배우지 않은 초보라면 ‘원데이 클래스’ 할 때 한번 문을 두드려 봄도 좋을 듯하다.

 



사진

<원데이 클래스 – 은지화>                           <화평회>

 



미술 이론을 배우기도 하고 1년에 4 번 정도 갤러리 탐방도 있다. 혼자 갤러리 다니기 힘드신 분들, 어떤 갤러리를 탐방 하는 게 좋은지 모르시는 분들은 이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다니면 미술의 바다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다. 회원이 되면 24시간 아무 때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다. 각자의 사물함에 자신들의 그림 도구들을 보관해두고 언제든 들러 맘껏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사진

<늦바람 20회 전시회 - 서울 시민청>    <김준권 전시회 갤러리 탐방>

 



매년 연말에 전시회도 연다. 이번에는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서울 NPO 센터 1층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문’ 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문’이라는 뜻이 만나고 소통하고 열리는 Door의 의미도 있지만 Moon ‘달’ 이라는 영어 발음이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회원들은 자기 나름의 소통방식으로 개인적, 사회적 이슈와 함께 조화롭게 해석해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에 참여한다.

아무리 미술에 재능이 없어도 취미로 모인 모임이기에 누구나 환영한다. 미술 전공자는 하나도 없다. 그림을 그린 후 서로가 그린 그림에 대한 감상 겸 평가를 하는 화평회도 연다.

전공자는 없지만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도 있다. 작가로 데뷔하면 늦바람 동호회에서는 더 이상 회원이 될 수 없다. 여기는 모두 초보자들, 취미로 배우는 생활미술인들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벽화로 주민들과 만나다.


늦바람 동호회는 더 많은 마을 주민들과 활동하고 싶어서 ‘뚝도 시장에 색을 입히자’ 라는 주제로 활동지원 사업에 지원하였다. 뚝도 시장의 상인들과 자주 만나면서 대화를 한 결과 재래시장인 뚝도시장에 벽화를 그려 활기차고 환하게 바꾸어 보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래서 장소를 선정했다. 뚝도시장 구길에서 상가를 지나 성수동 이마트를 갈 때 빠른 샛길 이 있는데 그 곳 양쪽에 화장실이 있다. 그 화장실 벽면에 우드락보다 단단한 소재로 물고기, 병아리, 닭 모양을 미리 그린 뒤, 그것을 오려서 실리콘으로 작업해 화장실 벽면에 붙여 장식을 했다.

또 악기상을 하는 상점 옆, 벽에 상가의 연속성을 살려 예쁜 카페를 벽화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 앞에 실제로 둥근 테이블을 갖다 놓으니 마치 길거리 카페에 앉아 있는 분위기가 났다.

상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상인들이 일하다 피곤하거나 잠시 여유를 부리고 싶으면 나와서 커피도 마시고 쉬는 골목이었다. 그 칙칙한 공간에 예쁜 벽화 카페가 생겼다. 그 앞에 원탁 테이블도 갖다 놓아 분위기가 환해 졌다. 상인들은 너무 고생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뚝도시장 벽화 작업>                                  <뚝도시장 벽화>

 



벽화를 그리고 나니 늦바람 회원들도 뿌듯했다. 시커먼 벽이 환해지고 낙서로 지저분하던 벽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새롭게 탄생을 했다. 벽화를 그리고 나면 아이들도 벽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함부로 낙서를 하지 않고 공을 차서 자국을 낼까봐 아이들도 조심한다.

뚝도 상인들은 내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럼 우리 내년에는 미술 수업도 들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그린 그림을 내 상점 앞에 걸어보자. 우리가 그린 그림들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한 곳에 걸어 지나가는 주민들이 감상할 수 있게 해보자.”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렇게 뚝도 상인들도 미술의 세계에 눈을 뜨나 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이주연씨에게 미술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그림은 손이 그리는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그리는 것이다.”

라는 의미 있는 말을 던진다.

이주연씨의 인생관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는 심오한 말을 던진다.

어떤 의미냐고 물으니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감사함이 없이 당연한 것처럼 받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벽화를 그릴 때 연락을 해서 함께 그리자고 하니 70세 연세 드신 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벽화에 색깔 메꾸기를 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더라.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예쁘게 벽화를 누군가가 그려 놓았을 때,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이 땡볕에 이렇게 예쁜 벽화를 그려놓았을까 너무 수고했구나 생각하는 그런 사람, 지나가면서 볼 때 마다 흐뭇하고 마음까지 밝아진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있어 이 사회는 굴러간다. 자신들의 재능을 나누고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마을 곳곳에 모여 있다. 오늘 만난 늦바람 회원들처럼 미술로 마을과 소통하는 그런 분들 말이다. 마을의 주인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