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담기 Vol.2] 주민리더교육에 참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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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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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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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리더교육에 참가하다!


글 박지혜


“2019.9.29. 일요일 오후 4시 우리 동네 콘서트 <사근동에 살아요>의 공연이 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열립니다. 많이많이 와주세요~!” 마을지도자님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결전의 날을 선언, 들뜬 마음으로 동네 여기저기 홍보하고 다니다 나는 생각지도 못 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나는 동네에 대해 동네 사람들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이유인 즉 9월 말에는 성동구 어디에서든 축제가 넘쳐난다는 것과 우리 동네 주민 대부분이 교회 신자들이고 게다가 우리 동네 교회들은 2부 타임까지도 신자들이 거의 교회 활동을 이어나가서 초대를 받아봐야 그 날 그 시간엔 갈 수 없다는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구성원들과함께 나름 고심해서 추석 전보다는 추석 뒤가 나을 것이라 판단했고 교회 다니시는 분들을 생각해 예배가 끝나겠다 싶은 늦은 오후 시간으로 잡은 것인데 반응의 대부분이 이렇다보니 참으로 난감했다. 공연의 성패가 관람객동원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약속된 4시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다. 하지만 다행이도 오붓할 정도의 관객몰이가 되었고 그것으로 이제 다 되었구나 하며 무거웠던 마음 한 편이 탁 하고 놓고 있었는데 공연이 시작되면서 다시 또 다른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쿠스틱 뮤지션들의 노래와 ‘동네’를 주제로 하는 토크로 이루어진 이 공연이 과연 얼마만큼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까, 재미없다며 중도에 나가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문지기를 자처해 공연장 밖에 서 있었지만 엉덩이 힘 약한 동네 꼬맹이들 빼고는 공연이 끝나고 정리의 시간까지 함께해주셨다. 그리고 공연 후 받은 피드백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많은 피드백들 속엔 ‘동네’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있었다. ‘그래, 그 날 한자리에 함께하며 우리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를 한번쯤은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만큼 큰 성과가 어디 있겠어!’ 하며 소기의 목적을 이뤄냄에 기뻤고 특히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집 가까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를 선물해줬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이정도면 잘 해낸 것이라 기분 좋게 매듭지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지 얼마 안 되어 ‘주민 리더 교육’을 제안 받게 되었다, ‘리더’라.. 애 둘 딸린 아줌마가 무슨 ‘리더’식이나 되겠다고 이 바쁘고 힘든 와중에 교육까지 받아 라는 생각과 이제 막 큰 산 하나 겨우 넘었는데 바로 또 다른 산을 오르자니 벌써 숨이 턱하니 차서 그냥 넘겨버렸는데 다시금 받은 재안내에선 ‘리더’교육이라기보다는 주민주도사업의 심.화.과.정에 가깝다고 하셔서 주민의 상황과 요구를 알지 못 해 하마터면 이번 공연을 망칠 뻔 한 큰 실수(주민과의 소통의 부재)를 만회해보고자 그렇게 3주 12시간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 리더 말고 소통 : 그렇게 시작된 첫 수업

첫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테이블 모양부터 다시 재배치했다. 최대한 모가 나지 않게, 또한 중심이 한 곳으로 쏠리지 않게. 그리고선 곧장 투하된 트레이너 이경희 선생님의 질문, “여기에 왜 오셨어요?” 예상했던 강연식의 교육이 아닌 정곡으로 들어오는 직격탄에 나는 순간 쪼그라들었다.(그 후로도 선생님은 ‘왜’라는 폭격탄을 예고 없이 수시로 날리셨다=일명 ‘왜’로 끝장내는 트레이닝)

하지만 다들 교육의 목적이 분명했던 것일까? 금방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와 함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들을 말했다. 거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구성원간의 소통이 어려웠다며 소통의 기술을 알고 싶어 수업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고 나 역시도 그 비슷한 답을 하였다.(“리더가 되고 싶어서요.”라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속으로는 소통이라는 개념 자체가 환상이고 그렇기에 방법을 찾는 것, 더 나아가 마치 해답이 있느냥 배움을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생각이 더 컸다.

수업 전에 나는 소통이라는 것은 타인과 나와의 생각, 욕구의 교류를 통해 찾아낸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일점의 언저리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소통은 어떤 결과라기보다는 서로의 이해를 알아가고 충족시켜가는 과정 자체라는 것으로 개념을 달리하게 되었고 합의점이나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불가능하다 느껴졌던 소통이 아주 어려운 것만은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더 기본적인 것에 있었다.

<열심히 교육에  임하고 있습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여러분, 소통을 위해서는 일단 주민들끼리 자꾸 만나서 함께 징징 대야해요” 이건 정말 내가 할 수 없는 일 중에 하나였다. 나는 엄마에게조차 절대 징징거리지 않는 인간이고 내가 제일 참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징징거림을 들어주는 것인데 같.이.징.징.거리라니! 아니 도대체 대책 없이 같이 징징거리기나 해서 뭐가 해결된다고!! 하지만 수업을 통해 징징거림이 왜 소통에 필요한 내적 작업이 이미 내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단 터놓고 징징댈 수 있다는 것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그 믿음 안에서는 각자의 불만을 충분히 들으며 서로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넉넉히 알아줄 수 있다. 그런 후 각자의 불만이 정당한 것임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넘어서는 공감이 일어나고 그 공감을 통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연민을 가질 수 있으며 이렇게 믿음, 공감, 연민이 기초가 된 관계가 되면 소통에도 도전할만하다 생각되어졌다. 이렇게 답을 얻었다 생각이 되어 질 쯤에 다른 교육생이 답답한 듯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래도 소통이 안 될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은 물음표가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답하셨다. “소통이 안 될 땐 먼저 나만 생각하세요. 나만!!” 아니 명색이 주민 리더 교육인데 게다가 소통에 대한 교육 중이었는데 소통이 극히 어려울 때는 내 욕구와 필요만 생각하라니 엄청나게 파격적면서 아이러니한 답이었다. “정말 그래도 되요?” 라는 질문이 있었고 선생님은 힘과 가벼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한 번의 끄덕임으로 답을 대신하셨다.

사실 그 후로 부연설명을 하지 않으셔서 나는 이 부분을 집으로 가며 이 부분을 이해해보려 곱씹고 곱씹던 중 2년 전 봄의 일이 떠올랐다. 5년 가까이 두 아이의 육아로 인해 마음대로 자지도, 먹지도, 싸지도, 씻지도 못 하던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처럼 살지 못 하는 특수한 상황이 지속되었고 그래서 나의 일상은 늘 우울함과 분노,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남편은 자상한 편이고 잘 도와주는 편이었는데도 나는 그 누구보다 남편에게 화가 나있었다. 특히 일요일 늦잠을 자는 그에게, 유유히 자기 밥을 먹고 있는 그에게, 문을 닫고 볼일을 보는 그에게, 머리를 감고 드라이 하는 그에게, 출근길에 나서는 그에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그에게,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적으로 잘 살고 있는 그를 볼 때면 내 속이 확 뒤틀리는 걸 느끼면서도 그러려니 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러려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남편은 나를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분노케 했다. 남편이 가끔 애들을 봐주겠다며 좀 쉬라며 방문을 닫아 줄 때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갈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보~애 울어!” 라며 구조요청을 했고 나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밥을 먹다 말기도 머리를 감다 말기도 누던 똥을 끊고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남편에게 잠시 가 있는 그 시간이 시한폭탄 같았고 나는 전혀 쉴 수가 없었다.

그렇게 24시간 아이들과 밀착되어 기본적인 욕구도 해결하지 못 하고 있던 나는 결국 우울증 초중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편 몰래 전문적인 심리 상담소를 찾고 있을 때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듯 딱 맞추어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드디어 자유가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혼.자. 있고 싶었던가를. 아이가 처음 낮잠까지 자고 오던 날 오로지 내 입에만 신경 쓰며 밥을 먹고, 물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샤워를 하고,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멍하니 침대에 누웠다 편안하게 잠든 그 날, 먹고 씻고 자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완벽히 떨어져 그렇게 온전히 나만을 위하자 곧 넘어올 거 같았던 5년이 체증이 싸~악 하고 내려가던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소통보다 더 어려운 것이 나의 진짜 욕망을 알아내는 일이다. 그걸 몰라서 남편이 내 힘듦을 덜 알아주고 덜 도와줘 그런 것이라고, 내 힘듦의 모든 원흉은 남편이라 여기고 남편만 잡았고 감정온도를 낮추기 위해 외식, 쇼핑, 여행 등의 겉핥기식 위로에 애먼 돈만 들었다. 그 돈으로 아이를 맡아줄 믿을만한 위탁기관을 찾았다면 지난 5년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어린이집이 날 구원해주었지만 그 전에 스스로 진짜 욕망을 찾았다고 해도 그 것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거 같다. 나 역시 남편과 어린 아이들이 제쳐두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것, 혼자만을 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용인하지 못 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럼 애들은? 남편은?’하며 욕구보다는 역할의 중함을 들어 반문했을 것이다. 사람답게 살고 있지 못 한 상황임에도 나는 내 욕구의 정당성을 의심했을 것이다. (아, 그 때 이 수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쨌든 혼자 있고 싶다는 나의 욕구는 해결이 되었고 사라진 문제의 공간에는 남편에 대한 관심이 대신 자리했다. 그 동안 누가 더 힘든가로 수 없이 싸웠지만 결코 그의 힘듦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는데 그제야 그 역시 정말 잠이 모자랐다는 것이, 언제나 내 눈치를 보며 쪼그라져 있는 그가 느껴지며 굳이 말로 소통하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그의 늦잠(가장 첨예하게 소통에 갈등을 빚었던 부분)은 지켜주게 되었고 우리의 일요일은 조금 더 행복해졌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어느 정도 내 안의 욕구가 해결 되어야만 다음 단계의 소통이 가능함을 알게 되었고 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나만 생각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일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소통에 대해 가장 알고 싶었던 나여서 글이 너무 소통 쪽으로만 기울게 된 점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 수업은 정말 재미있다.

나는 이번 수업에서 리더쉽과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보다 범용적이고 실용적인 게다가 바로 적용 가능한 관계의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소통 부분을 다룰 때 생각과 감정을 판별하는 방법, 그리고 감정언어를 사용하며 대화하는 방법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특히 유용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교육에서는 주민리더가 되기 위한 여러 개념들과 기술들을 배운다. 하지만 그 전에 기초를 더 단단히 다지는데 그게 바로 ‘나’에 대한 부분이다. 12시간의 교육시간 내내 선생님은 수많은 질문으로 각자의 생각을 끄집어내고는 그 생각에 ‘왜’라는 날카로운 칼날을 서슴없이 들이대셨다.

처음에는 ‘으악’했지만 나와 곧 나와 생각을 분리해 낼 수 있었고 선생님의 해부술을 통해 내 생각과 욕구가 외부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 내 내부의 것인지 진위를 판가름 할 수 있게 되었고 가짜를 잡아내 ‘팍’ 하고 깨부수는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다시 ‘왜’를 붙잡고 욕구를 더 파내려 가니 고통 받지 않아야 할, 비참하게 경쟁하지 않아야 할, 그 무엇으로도 억압 받거나 차별 받지 않아야 할 그저 존재 자체로 존엄한 나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존재가 주는 자뻑의 기쁨을 느꼈다. 내 존재의 안녕할 권리를 통해 나는 권력을 주는 자가 될 수도, 주민이 될 수도 리더가 될 수도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신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귀한 삶의 경험들을 전해주었던 함께 깨지기도 했고 깨어나기도 했던 동기생들, 쉽지 않았을 텐데 진정성 있는 고민들을 들려준 실무자들, 그리고 우리들 중 가장 빛나는 눈빛으로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선생님이 만들어낸 이번 수업은 12시간을 120시간으로 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어질 만큼 유익하면서도 즐거웠다.

끝으로 함께한 모든 분들께 줄탁동시의 인연으로 내게 와 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성동구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주민리더교육"을 적극 추천 드립니다.  "교육후,  함께 나눈 밥, 차, 이야기가 진짜배기였어요!" 라는 귀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