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동마을 MORE MORE 가을호] 성동을 다(多)알려줄게 EP-8. 성동에서 공부하는 청년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13 15:18
조회
17

성동을 다(多) 알려줄게


Ep-8. 성동에서 공부하는 청년 김태은의 강연이야기😊


김 태 은(모아모아 1기)
@articleartist.taevely



1. 프롤로그


"김태은 선생님? 강연 가능하시겠습니까?"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학교 공지사항을 통해 대학원생을 위한 강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을 약 한달 전 쯤 알게 되었는데요. 지원 마지막 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프로젝트였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라 더 놀라웠습니다.

"강연 구성이 1회성으로 하기에는 너무 좋아서요,


혹시 괜찮으시면 두달 정도 송출을 해도 될까요?"


산학협력단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이 말씀을 듣는 동안 두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나는 '학위 과정에서 요령 피우지 않고 정말 충실하게 공부를 했구나'라는 감사함, 다른 하나는 '실라버스(강의 개요서)가 정말 시장에서 먹히네!?'라는 설렘이었습니다. 학위 과정 중에 동료들과 협업을 하면서 또, 향후 사회과학 논문 작성을 어려워할 후배 연구자들을 위해서 친절한 가이드북 혹은 강연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 말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놓고 실제 당시 동료들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피드백을 받았던 내용입니다. 강연을 위한 내용은 그 커리큘럼의 첫번째 버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헛되이 보낸 시간이 없다는 것에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네 가능합니다!"


"강연은 언제가 좋으세요? 다음주나, 그 다음주 중에서..."


"다음주가 좋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강연 준비 기간을 한 2주 정도 더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만들어놓은 실라버스가 있고, 실제로 모든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주에 바로 강연을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오랜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그간 업무 경험을 돌아보면 데드라인이 분명한 프로젝트가 퍼포먼스가 좋았습니다. 2주 뒤라고 하면 마음은 푸근 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주어진다고 해서 퀄리티가 비례 하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짧은 시간 더 강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성동을 다(多)알려줄게 이야기는 그 누구도 아닌 강사로서 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 강연을 준비하다


저는 청소년이나 시민을 상대로 강연을 진행한 경험은 다수 있습니다. 주로 민주주의, 시민참여에 관한 강연을 했었습니다. 자본주의에 눈을 뜬 이후로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이하는 강연도 진행하고 있으며, 종종 소셜벤처와 사회적경제 관련 강연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위과정 시절 동료들과 세미나 혹은 투고 논문 협업을 하면서 스터디를 진행한 경험은 있으나, 실제로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강연하는 것은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기존에 작성한 실라버스를 기준으로 노트에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쓰다 보니 K-전자책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상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전자책 출판에 관심이 있어서 약 한달 전 시장에서 잘나간다는 책들 약 100만원어치를 구매했습니다. 벤치마킹을 했고 그 결과 어떠한 톤앤매너를 갖춰야 하는지 파악을 한 상황이 이 순간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들 중에는 '이 책을 이 가격에 거래가 된다고?'라는 것도 있었고, '이 책이 이 가격 밖에 안 한다고?'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가치를 받기 위해선 생각보다 독자들이 많이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검증을 받기 위한 과정으로써 강연 자료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소정의 강의료는 받으나 콘텐츠가 무료로 배포되기에 무료 강연에 해당합니다. 산학협력단에게는 더 나은 강연을 제공하고, 저에게는 시장에서의 잠재적 고객 수요 혹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MVP)(1)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과학이라는 말은 어떤 것인지 부터 사회과학 논문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 그리고 실제 논문을 작성하기에 앞서 연구문제가 왜 중요한지,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결과물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각 챕터에 맞도록 일목요연하게 설명했습니다. 사회에 알려진 잘못된 통념 중에 논문이라고 하면 통계만 떠올리는 것을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원 어느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싶었습니다. 통계는 연구자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도구이지만, 실제 학위과정 중에는 '아... 통계만 아니면 논문 잘 쓸 수 있는데...', '통계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와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은 전체적 흐름과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강연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본캐의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강연 준비 시간으로 치면 약 만 하루 정도가 걸렸습니다. 학교에 강연 시안을 제출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보완한 내용을 첨가하여 K-전자책 플랫폼에 등록 신청을 했고, 하루 정도 지나 판매가 승인되었습니다. 학교에 이어 K-전자책 플랫폼에서도 콘텐츠에 대한 퀄리티를 보증해 준 셈입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3. 강연을 촬영하다


어느덧 일주일이 흘러 약속한 촬영일자가 되었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학교에 방문한 터라 잊혀진 얼굴들도 떠올랐습니다. 교내에 마을버스가 다니기 시작했고, 대운동장 지하주차장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자주 가던 도서관 앞 카페는 그대로였고, 익숙했던 얼굴들도 대부분 그곳에 있었습니다. 새로움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풍경이었습니다. 백남학술관 5층에 마련된 셀프스튜디오로 향했습니다. 성동구 소셜벤처허브센터도 비대면 시대에 대응하여 방송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 보다 더 강연에 최적화된 모습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띄울 수 있었고 화면 녹화가 비교적 쉽게 진행되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게 아이스티를 주문해주셨습니다.


[그림 1] 셀프스튜디오 강연 전

[그림 1] 셀프스튜디오 강연 전


강연 촬영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5분 여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촬영하지?' '한 큐에 모두 강연을 진행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눈을 떠 한 차례 테스트 후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눈앞에 제가 설정한 페르소나(대학원을 갓 입학하여 논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1기 석사 과정생)가 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교수님들께서 수업시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종종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각 챕터별로 조금 더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 30여분 강연을 쉼 없이 진행했습니다. 너무 엄격하지도, 근엄하지도 않은 저만의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림 2] 셀프스튜디오 강연 중


비대면으로 라이브 강연을 한 적은 있으나 가상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촬영하는 것은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있다는 가정 하에 촬영을 하게 되니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피드백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향후 학교의 게시 기간이 종료되면 강연 내용을 저의 개인 채널에도 업로드 하여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 및 외연 확장의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4. COVID-19 시대, 시나브로 비대면에 익숙해지다


비대면은 처음에는 실제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짜' 혹은 '허상(虛像)'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철학적인 말을 하자면 물리적 세계 또한 어쩌면 '허상'이란 생각을 하면서 디지털이 만든 새로운 세계에 적응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생활에 안전을 거듭하는 요즘 같은 시절 비대면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비대면 시대로 접어 들어서 강연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강연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COVID-19가 종료된 이후에도 어쩌면 비대면과 병행하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싫든 좋든 우리는 적응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비대면 회의와 강연 등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새로운 사회로의 재사회화(re-socializaiton)를 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5. 에필로그


‘강연을 준비하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 주변 사람들의 영향도 쉽게 받았는데요. 여러 차례 강연을 하며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강연 하나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떻게 하면 청중들에게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니까 다른 것들은 대부분 해결이 되었습니다. 강사로서는 가장 기쁠 때는 강연 후 청중들이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주실 때입니다. 공연 무대 후 커튼콜에서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는 것처럼 말이에요.

처음 만나는 청중들과 라포를 어떻게 쉽게 만들 수 있을까? 무턱대고 강연 시작하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되레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실마리를 최근 8주간 이수한 지속가능경영재단의 '디자인씽킹 퍼실리테이션 전문가 과정'을 통해 낯선 이들과 어떻게 초기에 '라포'를 형성할지를 수많은 시연과 실습을 통해 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노하우를 실제 비대면 라이브 강연 등에 접목시키고 있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청중들의 자연스러운 참여가 일어나고 소통이 진행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유산슬'이후 부캐 열풍이 한창이다가 이제는 자연스러운 사회의 문화가 된 듯합니다. 강사로서 저는 (물론 강연 단가가 맞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청중들이 궁금한 내용에 관해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더 집중합니다. 자의로 오든 타의로 오든 저와 함께한 시간 내에서 알아가는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금까지 성동에서 공부했고, 성동에서 활동했으며, 지금은 다른 지역에 성동을 알리고 있는 사회과학자이자 숙의민주주의(시민참여) 강사 김 태 은 이었습니다.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1)최소기능제품이라는 뜻으로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