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동마을 MORE MORE 여름호] 가슴에 돌덩이가 가득한데 어떻게 새벽의 기적이 될 수 있어요 Chapter 3. 몸이 힘드니 마음도 한순간에 힘들어졌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29 10:21
조회
66

가슴에 돌덩이가 가득한데 어떻게 새벽의 기적이 될 수 있어요😂


Chapter 3. 몸이 힘드니 마음도 한순간에 힘들어졌다


 

김 태 은(모아모아 1기)
@articleartist.taevely


커피 한 잔이면 몸이 개운해진 것이 어느덧 두, 세잔으로 늘어갈 때 주변 사람들마다 걱정 어린 말로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어디 아파?’라고 말이죠. 그 무렵 눈을 떠도 떠있는 것 같지 않았고, 반쯤은 꿈을 꾸는 느낌으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회의를 하거나 깊은 토론을 해야 할 순간을 제외하고는 휴대전화로 치면 절전모드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걸음은 평소보다 천천히 걷게 되었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도 조금 느려진 것 같았습니다. 육체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정신적으로도 개운하지가 않았습니다. 분명 아침 이른 시간을 확보해서 책도 읽고 여유롭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그 패턴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메타인지를 하자면 밤 9시 전후로 잠을 자야 하는데, 외부 활동에 프로젝트 협업, 특히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줌 회의가 밤 10시 이후로 정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조절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 과로로 쓰러진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뇌는 커피로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구나’하고 말입니다.

만화가 이말년님의 작품 중 이말년씨리즈의 <잠은행>편이 있습니다. 충분히 잠을 자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결국 모든 것을 이룬 순간에 사망한다는 다소 황당하면서도 무게감 있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한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당오락’,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깨어있으면 꿈을 이룬다’와 같이 잠을 죄악시여기는 문화에 익숙해 있었던 탓입니다. 잠은 곧 게으름이고 게으름은 자기 계발을 저해하는 무언가로 인식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충분히 취어줘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버지가 수면 부족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을 때, 그리고 저 또한 수면 부족으로 잠시 N잡러로서 의식을 잃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충분한 수면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생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다’라던 아버지께서는 오늘날 평균 기대 여명의 1/3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잠을 줄인 시간을 보너스라 생각하던 저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허언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회사 때려치운다’와 ‘오늘부터 유튜버 할거다’ 그런데 왜 대부분 직장인들은 퇴근하면 TV혹은 열정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요?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몸이 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라도 쉬지 않으면 견디기 힘드니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여유를 가지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동기(motivation)와 실행 사이에서 인지적 영역 외에 신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고 판단됩니다. 일을 집중적으로 하고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삶의 재창조(re-creation)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적절히 쉬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에 ‘피로’가 가득했습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상쾌한 마음이 들지만 날이 갈수록 업무 처리 속도는 그대로인데 졸리는 시간대가 많아지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더 일찍 일어났으니까 더 졸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일상을 살다보면 졸릴 때 잘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지요. 회의를 한다거나 맡은 업무를 기간 내 처리해야 한다거나 하는 일 등입니다. 여기에 업무 스트레스가 겹쳐지면 일은 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려지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혹은 무언가를 했다는 위안에만 사로잡혀버릴 수 있습니다. 쉽게 감정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쉬지 못했는데 업무는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시작 전에 이른바 ‘예열’하는 시간이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마감기한이 급한 일부터 차례대로 처내다 보면 애초에 세운 계획은 그저 계획 영역에 머물게 됨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완벽주의와 새벽의 기적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잘 맞아 들어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습관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뒤틀려버리면 겉잡을수 없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최근에 많은 서적들이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강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다가도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가 던져지듯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그 시간에 침투하기 시작하면, 새벽의 기적은 일을 마감하기 위한 추가 시간으로 전락하는 것도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히 저 자신을 위해 일찍 일어난 시간일진대 업무를 하게 되는 불편함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을 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흡족하고 좋은데, 그렇게 하자니 마음의 여유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일을 끝내면 오전이 편할 텐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미래의 편안함을 위해 현재의 불편을 택하는 날이 늘어 갈수록,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어차피 일찍 일어나도 온전한 제 내면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