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동마을 MORE MORE 여름호] 가슴에 돌덩이가 가득한데 어떻게 새벽의 기적이 될 수 있어요 Chapter 2. 새벽의 기적을 살게 되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29 10:10
조회
65

가슴에 돌덩이가 가득한데 어떻게 새벽의 기적이 될 수 있어요😂


Chapter 2. 새벽의 기적을 살게 되었다


 

김 태 은(모아모아 1기)
@articleartist.taevely


새벽 일찍 일어나니 왠지 모를 우월감이 생겼습니다. 남들이 자고 있을 시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큼 앞서가는 기분이 또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기도 하고, 논문을 읽기도 하고, 시간을 다투는 업무를 미리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시간을 더 늘려서 사는 것은 참 느낌이 좋았습니다. 세상이 정말 달리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무렵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떻게 하루를 그렇게 계획대로 살아가세요?”라는 말은 이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아이콘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한다고 생각했기에 잠을 줄이고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당시 일어나던 시간은 오전 5시 30분입니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씻고 정신 차려보면 6시 30분 쯤 되었으니, 조금 더 일찍 일어난다면 하루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2시간 정도를 온전히 제 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유를 위해 일찍 일어났던 것인데 일어나서 하는 일이라고는 빠르게 하던 것들(씻기, 나갈 준비하기 등)을 여유롭게 한다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저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라고 시작했던 ‘여유’인데, 그 선물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정신적인 ‘부채’가 쌓여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전 7시에 사무실 방문한 적 있으세요? 지하철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고, 이 시간에 앉아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전 사무실에서의 여유는 우쭐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데 생산성은 그대로였습니다. 양적인 방법으로 사회과학 연구를 하다보면 자주 접하는 것이 ‘회귀 분석’입니다. 회귀는 되돌아간다는 말인데, 다양한 독립변수들이 종속변수로 향한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새벽에 일어나 씻고, 책을 읽고, 미리 업무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저의 생산성은 그대로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를테면 오전 9시 이전에 업무 대부분을 마무리 했다고 하면 그 이외 시간에 다른 생산성 높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일찍 하루를 시작했던 탓에 피로감이 몰려 커피를 찾는 일이 더 잦아졌습니다.

1인 가구들은 특히 공감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퇴근하고 밥먹고 설거지하면 별다른 일 하지 않아도 밤 10시가 가까워져 있습니다. 바로 자야하는데 잠들기가 애매한 상황입니다. 하루 종일 많은 일을 했는데 성과를 낸 것도 없고, 바로 자기에도 애매한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정보를 탐색해본다는(세상 돌아가는 것 등을 알아야 한다는) 명분아래 유튜브를 봅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여러 콘텐츠들을 시청하고 나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는 것 같은 오전 1시 30분이 됩니다. 그리고 왠지 오전 7시까지 자버리면 그 아침의 여유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알람은 그대로 오전 5시 30분으로 맞춰 놓습니다. 산술적으로 하루 4시간가량 잡니다. 날이 갈수록 피로해졌습니다.